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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엠엔엘

영혼까지 끌어모아라?

최종 수정일: 2021년 5월 2일

필자가 사업계획서 강의나 멘토링을 할 때면 항상 나오는 질문이 "증빙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내용을 넣어도 될까요?"이다. 그리고 늘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쓸 수 있는 것은 모두 써야한다"고 답을 한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인 것이, 지원자가 기술하는 내용이 어떤 지원사업에서 플러스요인이 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지원자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자가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 아이템과 전혀 상관없는 얘기, 이를테면 커피 아이템을 사업화하는데 자동차 업계에서 오랜 시간 근무했다던가 정도로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뭐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사업에 대한 역량과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 해가 될 것은 없다. 필자가 시장진입 전략이나 사업역량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MOU라도 제시하라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법적효력이 없는 MOU는 사실 인맥관계만 좋으면 비교적 용이하게 체결할 수 있지만, 그래도 예비창업자나 창업한지 1~2년차 정도의 초기기업들에게는 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는 증빙 정도는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적어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


그런데...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것도 명백히 한계가 있다. 대표자의 경험, 팀원의 역량, MOU를 통한 협력업체 관계... 이런 것들로 사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도 하루이틀이지...예창패, 초창패 등의 정부지원도 받고 업력도 왠만큼 된 업체들이 아직도 대표자의 전문지식과 경험만을 제시하고 있고, MOU만 열심히 내밀 생각을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적어도 2년 넘게 사업을 했다면 조금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는 아이템은 매출도 낼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어려운 경우라도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시제품 정도는 보일 수 있었어야 한다. 아니면 그동안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나름대로 시장에 대한 안목도 있을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뭔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아직도 2~3년전의 열정과 경험, 가능성만을 제시하려고 한다면.. 결국 평가자는 그 회사의 역량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지난 시간동안 도대체 당신은 한 게 뭔가요?" 차마 대놓고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은 없겠지만, 평가자가 제일 하고 싶은 질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저마다의 사정이란 것이 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다면, 대다수의 대표들이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어찌어찌 하다보니 지금의 상황에 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필자라도 그런 경우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다만, 문제는 그 해결방안에 대한 것이다. 지난 2~3년간 모든 일들이 계획대로 안풀려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해도, 최소한 논 것이 아니라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방법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지원금에 다시 의존하게 되면, 본인이 원하건 원치 않건 이른바 좀비기업이 되는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 몇년차 기업들이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하러 오는 대부분이 이런 경우다. 그리고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짚어주면, 그렇게 버텨온 기업답게 능글능글 넘겨버린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교수님 말씀이 다 맞습니다. 제가 그것땜에 망한 적도 있잖아요. 그래서 사업계획서는 어떻게 쓰면 될까요?" 난 여기서 도대체 무슨 대답을 해야하는 것인가? 내가 왜 이런 일을 위해 제자들을 위해 쓰기에도 아까운 시간을 쪼개어 낭비하고 있는지 회의를 느끼게 된다.


실패란 늘 있는 것이니 부끄러워할 필요도, 주눅들 필요도 없다. 그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그런데... 그것을 자랑스러워해서는 안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그것은 실패 뒤 성공한 사람이나 쓸 수 있는 말이다. 아니면 나와 같은 사람이 멘토링을 하며 위로하고 격려할 때 쓰는 말이다. 실패한 사람 본인이 이른바 정신승리를 위해 자랑스럽게 쓰면 안된다는 것이다. 당신이 정말 기업가(entrepreneur)라면, 원하는 것이 사업의 성공인지 정부지원금을 받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한다. 정부지원사업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처음에는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영혼까지 끌어모아야 하지만, 그것도 딱 한번 뿐이다. 그 다음부터는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계속 찾아내고 쌓아가야하는 것이다. 회사의 마일스톤이 정부지원사업을 기준으로 잡혀있다면, 안타깝지만 당신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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